오씰과 돌아보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괜찮았던' 그 때
오씰의 신곡 가스라이팅은 후회만 남긴 관계를 끝낸 사람이 헤어진 사람을 탓하며 남기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술잔 앞에서 친구들과 나의, 또 다른 사람의 연인에 대해 격한 토론을 이어봤던 사람이라면 지독히도 공감할 만한 노랫말이다.
그때 우리는 가끔 분했고 주로 억울했다. 세상에는 다른 좋은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고 위로받았지만 이제 이런 건 다시는 안 하리라, 못 할 짓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이 나를 자꾸 비틀고 꼬집는 것만 같아서 이 모든 일을 없던 일로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돌아보면 대부분의 경우, 나도 그만큼이나 후진 인간이었다. 상대로 인해 무너진 사람의 마음을 담은 가사를 듣고 있지만, 오히려 어리고 서툴렀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노래가 타인을 원망할수록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이번 노래에 담긴 사운드가 딱 우리가 너무 어렸던 그 시절을 닮았기에 그렇게 들리지 않을까.
이번 노래에서 오씰은 이 밴드 특유의 청량하게 찰랑거리는 기타 소리 위로 우리가 모두 미숙했던 그 시절을 담았다. 2000년대 초중반에 꽃을 피웠던 한국식 팝펑크 사운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반가운 소리는 세월에 씻겨 이제는 아름답게만 기억되는 우리의 미숙함이 떠오르게 한다.
이번 노래에서 향수를 느낄 요소는 장르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씰은 예전에는 너무 흔하다, 뻔하다 생각했지만, 과감함과 특별함이 넘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괜찮은 것들만 담았다. 특별한 포인트 라인이나 편곡은 덜고 우리 모두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진행과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꼭 2000년대 초중반 청춘을 보낸 사람이 아니어도 이 노래가 들려주는 사운드에 향수를 느낄 만한 지점이다. 그래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제목에는 유감스럽게도 오히려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함이나 어떤 미안함까지도 느껴지는 노래로 들린다.
시간은 지나고 소리는 변한다. 우리는 영원을 좇지만 그런 건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을 바랐기에 아팠고 미워했던 우리는 어느덧 그 시절 그를 용서하고 미숙했던 나마저 지지해주는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 부끄럽긴 해도 가끔은 우리의 지난 날을, 애정을 담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씰의 노래를 듣고 이불을 빵빵 차면서 말이다. /글 방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