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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기억만을 간직하며, 젊은 날이여 ADIOS.
네온사인이 길게 뻗은 도시의 환락가. 화려하지만 그 어느 눈에도 특별히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그저 수많은 사람들의 돈 그리고 욕망이 교차되는 곳일 뿐이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그 어떤 공감도 없이 그저 각자의 이익과 만족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해가 뜰때 쯤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그런 곳을 한 남자가 걷고 있다. 그는 이 도시의 환락가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찾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었으므로 그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남자는 거리 중앙에 있는 빌딩에서 멈췄다. 그 빌딩은 도시에서 가장 높았다. 빌딩 외벽의 대형 유리창만이 이 거리에서 유일하게 어두운 밤하늘을 반영하고 있었다. 빌딩의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방은 특별한 곳이었다. 창 너머로 쏟아지는 끝없는 어둠만이 도시의 불빛을 온전히 가릴 수가 있었다.
남자는 최상층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젊은 날들을 조직에 바쳐온 그는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났음을 깨달았다. 그는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쥐고서, 무엇을 향해서 무던히 방황했을까. 바보 같이.
영원할 것 같았던 밤은 지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같았던 젊은 날의 꿈도 저문다.
아름다웠던 기억만을 간직하며, 이 짧은 생이여….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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